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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은한 조명과 방 곳곳에 설치된 산소캡슐, 그리고 줄지어 놓여 있는 안마의자들. 방 가장 안쪽에 놓여 있는 안마의자 두 개에 쿠로키 타케시와 진 마사토가 나란히 안마의자에 앉아 안마를 받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인지….”

쿠로키 타케시는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며 안마 의자에 더 깊숙이 몸을 기댔다. 편히 몸을 기댄 것과 다르게 언짢은 듯이 찌푸려진 얼굴은 펴질 생각을 않고 있었다.

“쿠로링!”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진 마사토가 쿠로키 타케시를 불렀다. 진 마사토는 안마의자에서 상체를 일으킨 채 나란히 앉아 있는 쿠로키 타케시를 쳐다보고 있었다. 쿠로키 타케시는 진 마사토의 부름에 고개를 들어 진 마사토를 쳐다보았다.

“인상 좀 펴. 애들이 준 선물이잖아.”

쿠로키 타케시의 언짢은 기분과 상반되게 진 마사토는 즐거워 보이기만 했다. 쿠로키 타케시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안마 의자에 몸을 기댔다. 옆에서 계속 자신의 이름을 불러대는 진 마사토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못들은 척 했다.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저 녀석이랑 이런데 와서 안마라니….’

쿠로키 타케시는 그렇게 생각했다. 쿠로키 타케시가 말을 무시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지 어느새 진 마사토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었다. 쿠로키 타케시는 이젠 지끈거리려 하는 머리를 짚으며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우사미 요코는 조심스럽게 쿠로키 타케시를 불렀다. 평소와 다른 요코의 모습에 쿠로키 타케시는 불안한 기분을 가진 채 우사미 요코가 부른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약속 장소에는 이미 우사미 요코가 도착해 있었다. 우사미 요코의 옆에 보이는 진 마사토의 모습에 쿠로키 타케시는 왠지 모를 불안과 안도를 느끼며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사령관이 늦어도 되는 거야? 응, 쿠로링?”

진 마사토는 일부러 더 장난스럽게 쿠로키 타케시의 별명을 부르며 쿠로키 타케시를 놀렸다. 쿠로키 타케시는 진 마사토를 조용히 시키며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진 마사토가 순순히 조용해지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유치하게 말싸움을 하며 다투는 모습을 보며 우사미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른 거지?”

민망한 지 헛기침을 하며 쿠로키 타케시가 물었다. 그 말에 기억이 났다는 듯이 요코는 가방 속에서 두툼한 편지봉투 두 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노란색 편지 봉투의 가운데 귀여운 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는 요코가 준비할 법한 귀여운 편지 봉투였다.

“곧 크리스마스니까 두 분 드리려고 선물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우사미 요코는 머쓱한지 웃음을 터트렸다. 요코가 자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실에 쿠로키 타케시는 곧이라도 감격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오, 고마워. 지금 열어봐도 돼?”

이미 자기 몫의 봉투를 챙긴 진 마사토가 우사미 요코를 향해서 물어보았다. 우사미 요코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쿠로키 타케시도 자신 몫의 봉투를 챙겨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었다. 두 사람이 봉투를 다 뜯기도 전에 우사미 요코가 말했다.

“요새 새로 생긴 안마카페 이용권이에요! 두 분한테 꼭 드리고 싶었어요.”

두 사람의 봉투에서 우사미 요코가 말했던 안마 카페의 이름이 적힌 이용권 한 묶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

 


요코의 선물이 불러온 나비효과로 쿠로키 타케시와 진 마사토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만나 안마카페에서 안마를 받게 되었다.

“요새는 이런 카페도 다 생기네.”

여전히 진 마사토는 안마를 받으면서도 이 상황이 재밌기만 한 지 즐거워보였다.

“정말 크리스마스부터 뭐하는 거지….”
“정작 그렇게 말해도 요코가 줬을 때 제일 좋아했던 건 쿠로링이었다고?”

진 마사토의 말에 쿠로키 타케시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요코의 선물에 제일 좋아했던 건 쿠로키 타케시 본인이었기에 할 말이 없었다.

쿠로키 타케시는 괜히 못 들은 척하며 재킷 윗주머니에서 요코에게 받았던 쿠폰 뭉치를 꺼냈다. 여전히 쿠폰은 많이 남아 있었다. 자신과 진을 생각해서 준비한 요코가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만큼 준비하느라 돈을 많이 쓰진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언제 이걸 다 쓰지.”

남은 쿠폰들을 넘겨보며 쿠로키 타케시가 중얼거렸다.

“아! 다음에 올 땐 류지도 데려오자.”

쿠로키 타케시의 중얼거림을 듣고 진 마사토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리고는 ‘세 명이서 쓰면 금방 다 쓰겠지.’라고 덧붙였다. 쿠로키 타케시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곧 요코나 히로무와의 나이 차를 신경 쓰고 있을 류지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 충격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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